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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오늘도 술을 마시고 들어왔다. 늘 같은 술주정과 되풀이
되는 똑같은 노래를 동생은 지겨워 했다. 어머니는 이번 주에는
야간조라고 하셨다. 동생이 구석에서 닳고 닳은 크레파스를 한 손
에 쥐고 앉아있다
오늘은 부대에 복귀해야 하는 날이다. 집을 나서려는데 부대에
가져가야 할 물품들이 생각났다. 그러고 보니 그 돈 뿐만 아니라
차비조차 가지고 있지 않다. 어머니는 언제나 처럼 방에 누워
신음을 하고 계신다. 아버지는 이것은 챙겼냐 저것은 챙겼냐
자꾸 귀찮게 한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방 사이를
왔다갔다 하다가 그냥 대문을 나와 버린다. 아버지가 내복 차림으로
대문 밖으로 따라 나오신다. 본체 만체 무작정 나서는데
아버지가 오른 팔목을 잡았다. 꾸깃한 만원짜리 세장을
내 왼손에 꼭 쥐어 주신다. 몸조심하고 말 잘들어라고 당부하신다.
좁은 골목을 내려오면서 뒤로 아버지의 얼굴을 처음 보았다.
눈가의 깊은 주름과 세어 버린 머리카락이 나의 온전한
아버지였다.







9조 원아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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