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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금까지 부인했던 모든 존재의 이유는 순수한 부인의 대상 이었
던것 뿐이었다. 학원에 가는 길에 너무 배가 고팠다. 문득 familyMart라는 간판에서
105엔의 매몰비용을 계산하던 수많았던 상황들이 떠올라 편의점에 들어갔다.
나는 아무리 애를 써도 내 기억과 내 기억속의 감정을 이길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세가지맛 샌드위치아 빙그레 저칼로리 바나나우유를 사서 양손에 하나씩 쥐고
하늘을 보면서 걸었다. 수면부족인지 숙취때문인지 허기짐 때문인지 모를 현기증이
달려와 나는 주차금지용 거치물에 살짝 앉았다. 그리고. 몇시간동안 내 머리속을
떠나지 않고 나를 괴롭히던 모든 것들이 완전히 사라진 것을 알았다.
나는 참치 상추 마요네즈 샌드위치를 빵과 속이 입에서 섞이는 한입 한입의 모든
비율을 맞춰가며 먹었다. 스쳐지나가는 여중생의 동정어린 눈빛에 나는
왠지 모를 용기를 얻었다. 내가 그처럼 치열하게 골몰하던 모든것들에 대한 연민마저
드는 착각이 일었다. 나의 모든 사유는 먹는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그러자 신기하게
항상 유리되어 있던 내 사유와 의지가 하나가 되어 가는것 같았다. 내가 해야만 했던
사회적 행동에 대한 오만과 '훌륭한' 사람으로서의 비전 제시따위는 애초에
똥이었다.
나는 텅텅빈 내 철학은 고스란히 철학으로만 인지했고 진짜 그것이 그것인줄 알았다
나는 애초에 똥을 머리에 이고 똥을 피해다니기 위해 분주히 뛰어다닌 거다.
그러면서 나는 정말로 정상이라고 말하는 부류와 섞이기를 거부했고 변태가 되었고
또라이가 되었고 비도덕적인 인간이 되었고 혼자가 되었다.
나는 혼자인게 싫치는 않다. 샌드위치를 웅얼거리며 정상적인 대화를 하는건
피하고 싶다.
혼자가 아니라고 행복한 사람이라고 의지와 잠재력을 가진 이 세상의 모든 누군가
라고 말하는 그 누군가에게 나는 누군가가 아니기를 바란다.
그래서 내게 유일한 철학은 먹는 것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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